글 작성자: Doublsb

'How We Die: 우리들이 죽는 방법'을 출시한 지 3주가 되었다.

포스트모템을 쓰기에는 이르고, 아직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부분들도 넘치지만 정리를 한 번은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여 글을 쓴다.

각 글은 파트별로 나눠서 쓸 생각이다. 기획/프로그래밍/아트/기타 등등이 되지 않을까 싶음.

 

 

무엇이 하고 싶었나

이 게임은 사실 개발하려고 했던 두 개의 게임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첫 번째는 '우리들이 죽는 방법', 스토리만 정해져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그냥 죽기 아까우니까 TRPG를 해서 게임 속에서 죽는 방법 그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딥다크한 스토리의 주사위 게임이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결말 자체는 2020년에 전부 기획해 둔 상태였다. 정작 본 게임에서는 다소 캐주얼해져 12세 이용가의 게임이 되었지만.

 

두 번째는 가제 '길드 다이스', 실물 보드 게임이었다. 4인까지 진행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었는데, 카드 위에 주사위를 올려서 조건이 맞으면 카드 효과를 발동하는 방식의 게임이었다. 이득을 보며 점수를 모으면 승리하는 방식. 라스베가스처럼 주사위 눈이 같으면 상쇄되는 규칙도 있었고, 카드에 인원 제한도 있어서 해당하는 사람들만 보상을 가져갈 수 있었다. 2022년에 시스템은 완성되어 있었던 상태였다.

 

이번에 완성하고 싶었던 건 첫번째 게임이었는데, 게임성을 아무리 해도 잘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두 게임은 '주사위' 부분이 겹치고 있었다. 그럼 합쳐서 만들면 뚝딱이겠네! 하고 개발 시작.

 

결과적으로는 두번째 게임의 게임성은 완전히 날아가고 '카드 위에 특정 조합의 주사위를 놓는다'만 남았음.

이러니까 두번째 게임은 미래에 어떻게든 다르게 낼 수 있을 듯 하다 (...) 일단 텀블벅 후원의 '게임 프로토타입' 형태로는 들어가니까 11월에 세미 실물 자체는 나오겠군.

 

어쨌든 히크, 일라, 이스가 게임하는 게 보고 싶었다.

 

 

시스템 기획 과정

3 ~ 5월

5월에 데모를 플레이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때와는 전투 룰이 굉장히 다르다.

https://youtu.be/jVxR4S89Gv4?si=FVRmdeZ0CJQcBXRa

 

전투 규칙

1. 맵의 승리/실패 조건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운다.

2. 주사위 조건을 만족하면 카드 위에 캐릭터를 올려놓을 수 있다.

3. 만약 원하는 카드 위에 다른 캐릭터가 있는 경우, 더 높은 주사위 조합을 만족시키면 해당 캐릭터를 치우고 올려놓을 수 있다.

4. 모든 배치가 종료되면 카드 효과가 발동된다.

5. 각 캐릭터는 주사위가 모두 없어지면 제거된다.

 

전투 외 규칙

1. 맵에서 경로를 선택하고 여러 전투를 거쳐 보스를 클리어한다.

2. 보상으로 원하는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획득한다.

3. 가방은 섞지 않는 인벤토리형이다.

4. '주사위 강화/카드 조건 개선/타일 작게/특성 추가' 등의 강화 요소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드게임의 잔재가 남아 있는 데모이다. 이런 데모를 BIC에 내고 선정되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

주사위가 HP와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다보니 밸런스 조절이 어렵고, 주사위 굴림을 실패했을 때의 탈력감이 컸기에 5월 말부터 시스템 수정 작업을 했다.

 

 

6월

이 때에 시스템이 완전히 정립되었다.

https://youtu.be/zFKDWoHZfes?si=hCHU745BrxmyIz0U

 

전투 규칙

1. 적을 모두 제거하면 된다. 각 캐릭터마다 HP가 생겼다.

2. 주사위 조건을 만족하면 카드 위에 캐릭터를 올려놓을 수 있다.

3. 조건을 만족시켰다면 또 다른 카드를 클릭해 연속적으로 카드를 발동할 수 있다.

4. 일반적인 카드게임 로그라이크처럼 덱에서 카드를 뽑는 형태가 되었다.

5. 그런데 일반적인 카드게임처럼 '묘지'나 '버리는 공간'은 없음. 사용한 카드는 다시 덱에 넣고 섞는다.

6. 5번의 억까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를 일부러 발동하지 않음으로써 덱을 효율화할 수 있다.

7. 카드를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은 총 9칸이다. 적은 6칸.

8. 이전에는 배치가 모두 종료되면 카드가 발동했지만, 지금은 캐릭터 별로 턴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개선하여 많은 효과를 보았다.

1. 주사위 굴림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턴에 콤보를 성공시킬 수 있으므로 손해를 봤다는 감각이 줄어들었다.

2. 연속적으로 '가챠'를 돌리는 느낌을 줘서 사람들을 도파민 중독으로(...) 만들었다.

3. '묘지/버리는 공간'을 없애고 핸드를 제한함으로써 타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전략성을 만들었다.

4. 더 다양한 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게임성 개선 자체는 2주 안에 완료했는데, 이 게임의 재미는 이 기간에 모두 나왔던 것 같다.

당시엔 빠른 시간 안에 시스템을 갈아엎는다는 위험한 시도라고 평가되었으나 엄청 잘 된 것 같음.

 

 

스토리 선택지 콘텐츠

원래 이 게임은 초기 기획에 전투만 있었다. 슬더스처럼 그냥 전투 등반만 하면 되는 게임이었음.

이벤트에서 주사위를 굴려 보상을 얻는다는 시스템은 6월에 만들어졌다. 왜 그랬냐면...

 

1. 본래 'TRPG 감성'은 주인공 3인방이 TRPG를 한다는 스토리에만 있었음. 그런데 해당 키워드로 유입되는 데모 유저가 생각보다 많았음. 그래서 이 요소는 시스템적으로도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2. 우리 일러스트레이터가 캐릭터를 그리는 데 진심이었다. 이게 가장 큰 이유임. 원래 적 일러스트는 전투 중에만 나오는 작은 크기였기에 퀄리티를 낮춰서 작업해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이걸 너무 예쁘게 그려서 주는 것임. 이 아트를 너무 살리고 싶었음. 그래서 이 일러스트를 써서,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작업량 스노우볼이 되었다. 이 판단의 결과로 약 80개의 이벤트 스토리를 짧은 시간 안에 쓰게 되었고, 번역을 스스로 할 수 없게 되는 이슈도 생김. 그치만? 게임은 훨씬 풍성해지고 재밌어졌다. 그러니까 된 게 아닐까.

 

물론 짧은 기간 안에 스토리를 몰아서 써야 했기에 퀄리티는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w^... 업데이트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그래서 미쳐버린 작업량

위에서 언급한 스노우볼을 굴려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5월 20일부터 출시 전까지의 마일스톤을 알아보자.

 

음... 그만 알아보자. 너무 열심히 살았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

이 게임은 구조적으로 유저가 존재하는 한 업데이트를 영원히 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왜 그런지는 스포일러임 ㅎㅎ

개인적으로는 제 4의 벽을 게임 속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깰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음.

안타까운 건 해당 경험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가용인력은 본인 1명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버그를 고치느라 미뤄졌다.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반영이 가능하니 너무 늦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대체 무슨 스토리인가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말하자면... 스토리는 제 4의 벽을 차근차근 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음.

1막은 주인공들의 제 4의 벽이 깨지고, 2막은 게임 속 현실의 제 4의 벽이 깨지고, 3막은 플레이어의 제 4의 벽이 깨지는 형태.

다만 제대로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 같음. ^Q^... 일단 짧은 기간 안에 스토리를 몰아서 썼기에 문제가 있었고, 장르적인 한계도 있었다. 런 1시간 안에 1막~3막이 끝나는 구조이니 스토리의 진실에 접근하는 데에는 사람마다 경험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몰입을 해야만 벽이 깨지는 경험이 크게 다가올텐데, 빌드업이 어려우니 이 장르에 이 스토리는 조금 과욕이 아니었나... 싶음.

 

 

그래서

음... 유저만 있으면 영원히 업데이트할 것 같다. 월 단위로 새 카드팩을 추가하는 게 목표이긴 함.

10월 20일 반영 예정이지만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카드들이 매번 달라지는 카드팩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보드게임 도미니언처럼 확장팩을 지속해서 만들 생각이다.

 

 

느낀 점

나는 게임 시스템 기획에는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콘텐츠 기획이랑 밸런스에는 없다 이런 제기랄

어떻게든 강해지거나 도움을 받는수밖에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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