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말고 암선행] 어떻게 만들었나
오랜만에 게임잼으로 알만툴 개인작을 냈다.
역시 제한된 기간을 줘야 뭐가 나오는 것 같다. 약 2주 동안 정말 출근한 것처럼 열심히 했다. 털털썩썩...
이번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이유는 왜냐, 나는 퇴사했으니까!
퇴사 후 약 6개월간의 게임 개발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 게임잼은 내 스케줄링 능력 체크와 개발 능력 인지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참여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대신에,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감이 잡혔고, 6개월 동안 게임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스케줄링
2주 동안 만들 수 있는 게임 규모 설정과 일정 관리를 위해 Notion과 Trello를 사용했다.
나는 뽀모도로 타이머를 애용하는 편인데, 25분을 일하고 5분을 쉬는 루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뽀모도로 4타임을 돌리면 2시간이다. 그 뒤 15분을 쉰다.
트렐로에 각 작업을 카드로 작성한 뒤, 뽀모도로 타임 단위로 예상 개발 시간을 체크한다.
이 때, 무조건 각 작업은 최대 작업 예상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참 귀중한 노하우다.
'암살 말고 암선행'의 경우, 시스템을 완성하고 나면 NPC의 양을 늘리기만 하면 되는 프로젝트였다.
1.5주 정도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에 주력했고, 나머지 1.5주 정도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NPC 개발은 하나 당 뽀모도로 8타임을 기준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작업이 포함됐다.
- NPC 보행 캐릭터 생성하기 (0.5 타임)
- NPC 일러스트 그리기 (1.5 타임)
- NPC 로직 기획하기 (2 타임)
- NPC 로직 만들기 (4 타임)
일러스트는 빠른 시간 안에 그릴 수 있게 SD 형태로 그렸다.
그릴 때마다 속도가 꽤 붙어서 실제로는 하나 그릴 때마다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예상치 못한 장염에 걸려 한주를 날렸기에 콘텐츠는 0.5주 동안 개발할 수 있었다. 으윽... 개힘들어
6개월 동안에는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건강 관리를 빡세게 해야겠다.
AI 적극 사용하기
요새 AI 사용이 화두이다.
저작권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생산성이 미친듯이 올라가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보통 ChatGPT를 변수 이름 짓기, 수학, 개발 관련 구조 설계 등을 하는 데에만 사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효율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했다.
1. 맵 컨셉 아트 만들기
나는 한결같이 배경을 못 만든다. 맵 작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을 소모할 게 틀림없었으므로 AI의 도움을 받았다.
NovelAI에서 'fantasy, background, library, 16bit sensation, top-down' 등의 태그를 입력한 뒤,
알만툴 맵칩으로도 얼추 찍을 수 있을 듯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돌린다. 고민하는 시간을 제거하는 것이다.
2. 타이틀 이미지 만들기
지난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내가 또 못 만드는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타이틀이다.
나는 저 글씨 뒤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크아악!!
그래서 NovelAI의 도움을 받았다.
'fantasy, background, town, 16bit sensation, sunshine, hiding, roof, shade' 태그를 사용했다.
밝은 배경의 뒤에 숨은 어두운 형체 같은 느낌을 원했으나,
NovelAI가 그려준 배경과 캐릭터가 떠 보이는 바람에 'hooded cloak' 태그는 삭제했다.
타이틀 글씨는 그림의 단순한 명암 스타일에 맞춰서 깔끔하게 구성하기로 했다.
색 조합이 꽤 마음에 들어서, 지붕의 오렌지와 어두운 배경의 곤색을 테마 컬러로 잡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UI의 컬러도 구성할 수 있었다.
3. NPC 기획
고민을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획을 할 때에도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름, 성격, 서사, 로직을 만들 때의 힌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다만 GPT는 매번 평면적인 캐릭터를 던져줬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름과 서사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어디인가! 이 녀석 없이 했으면 이름을 고민하는 데에만 20분이 걸렸을 것이다.
4. 노래 가사 생성
이번 게임잼을 진행할 때에는 꽤 도전적인 목표가 있었다.
나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내가 부른 노래를 언젠가는 게임에 넣고 싶었다. 그게 바로 지금이야!
다만 막상 녹음하려 하니, 출품 전까지 8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버그 테스트도 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다.
GPT한테 노래 가사 생성을 맡기고, 저작권이 풀려 있는 공유마당으로 가서 녹음하기에 적합한 멜로디를 찾았다.
양지웅님의 Loveless를 선택해서 듣기 좋을 만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불렀다.
문제는 믹싱이었는데, 녹음실에 간 것도 아니라서 일반 헤드폰으로 녹음했고 ^O^...
시간이 없어서 멜로디를 정한 뒤 두번만 녹음했다. 그래서 에코도 뭣도 없는 생 음원이 되었다. 고통.
이런 퀄리티로 게임에 업로드하게 될 줄이야. 다음에 두고 보자.
일러스트 그리기
https://doublsb.tistory.com/168에 그렸던 모든 일러스트를 기록해놓았다.
퀄리티가 들쭉날쭉하다. 하루 동안 남은 8마리를 그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흑흑.
코드 작성하기
제일 재밌었던 파트다. 본업인지라 개발은 익숙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큭큭... 커밋 로그가 개판이다.
RPG MV는 플러그인을 자바스크립트로 작성해야 했기에 디버그할 때 좀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의 장점으로, 자료형 상관없이 콘솔에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건 좋았다.
근데 이거 보안은 괜찮은 건가? 아니, 그럴 리 없을 거다...
RPG MV의 또다른 장점을 이용해, 엔진의 모든 코드를 뜯어보며 개조할 수 있었다.
본래는 플러그인을 추가하면서 작업해야 하지만, 턴 베이스의 게임을 개발하려다보니 엔진 스크립트에 때려넣은 것들이 좀 있다. 다음에 이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을 만든다면 프로젝트를 그대로 복사해와야 할 듯 ^O^;;
이벤트 복사, 생성 등의 품이 오래 드는 작업은 yanfly의 플러그인을 사용했다. 그는 신이 맞다.
풀 컬렉션이 30달러인데 나는 필요한 기능만 사서 써야지~ 하고 비용 아끼려다가 결국 3개 구매하고 폭사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이한 점으로, 플레이어가 이동할 때마다 NPC가 특수한 행동을 할 수 있게 구현했다.
이벤트 페이지에 적힌 내용들은 플레이어 이동 직후 한번씩 수행된다.
예시의 케일런은 플레이어를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이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랜덤으로 이동한다.
이 구현을 위해 웬만한 것들은 커먼 이벤트와 스크립트로 처리했다.
플러그인, 스크립트, 이벤트가 섞인 혼종 프로젝트가 되긴 했지만 나는 개발할 때 매우 편했다.
콘텐츠는 맵의 이벤트에 구현하고, 시스템은 커먼 이벤트에 구현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뒤늦게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작성한 전용 플러그인의 줄 수가 1000줄이 넘는다.
괜히 시스템 구현할 때 오래 걸린 게 아니었구만. 결과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아쉬운 것들
장염에만 안 걸렸어도 NPC 로직을 더 재밌게 만들었을 것이다. 젠장.
기획한 내용의 반토막이 날아갔다. 본래는 한 맵을 오픈했을 때 3마리의 NPC가 있는 것이 목표였다.
현재는 맵 오픈 시 하나의 NPC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NPC의 집 내부를 못 만든 것도 굉장히 슬프다. 두 마리 집밖에 못 만들었다.
만약 게임의 반응이 좋으면 콘텐츠를 추가로 만들어서 내 볼 수는 있을 듯.
그런데 이렇게 콘텐츠가 없는데도 과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뭐어... 그치만 이게 게임잼이지. 시간에 쫓겨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한 거다.
이제 하루만 쉬고 교훈을 살려서 본 작업에 들어가야겠다. 미래의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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