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이 글은 실험게임 페스티벌인 Out of Index 2025에서 전시한 'Please One More Block'의 데이터 분석 보고서이다.
거창하게 제목을 짓긴 했지만,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니다. 그냥 전시 기간 동안에 사람들이 어떤 경향을 가지고 행동했는지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개발 후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한다 :P


 

목차

1. 이 게임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2. 단순 데이터의 나열
3. 자세한 분석
4. 주관적 분석
 


 

이 게임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https://youtu.be/EKaxyUVq9Gk?si=seb057i_8qzrDEWS

 
Please One More Block은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 게임'으로 기획되었다.
플레이어는 타인에게 자신의 행동이 영향을 줄 것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평가를 받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어는 스스로 요청해서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을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을 직관적인 게임으로 표현하기 위해 플랫포머 장르를, 그리고 블록 놓기를 선택했다.
 


 

단순 데이터의 나열

이번 전시 기간동안 얻은 순수 데이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 통계

 

블록 별 좋아요 / 싫어요 개수 순위

 

블록 별 제작 개수 / 호출 수 순위

 

블록 별 반응 수 / 반응 비율 순위

 
 

좋아요 1위 ~ 10위까지의 블록들

 
 

싫어요 1위 ~ 10위까지의 블록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블록들

 


 

자세한 분석

위의 데이터들을 정리하면, 2025 Out of Index 참여자에게서 아래의 경향성을 얻어낼 수 있다.
 

  • 블록들의 개수 대비 좋아요 비율은 17.5%이다.
  • 블록들의 개수 대비 싫어요 비율은 10%이다.
  • 사람들은 평균 6.5개의 블록을 만들었다.
  • 사람들은 평균 14.6번의 도움 요청을 했다.
  • 게임 중 마주칠 수 있는 사악한 블록의 비율은 15%이다.
  • 사람들은 좋아요/싫어요를 평균 1.7번 정도 눌렀다.
  • 35%정도의 사람들만이 유의미한 코멘트를 작성한다. (빈 코멘트/미리 정해진 코멘트/3글자 이내가 아닌 것들)
  • 유의미한 코멘트의 개수 대비 좋아요 비율은 19%, 싫어요 비율은 12%로, 일반 블록들보다 2%정도 높다.
  • 사람들은 좋아요를 대부분 자신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치트급 블록에 준다.
  • 사람들은 싫어요를 대부분 자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블록에 준다.
  • 사악한 블록들에게도 좋아요가 10개나 된다.
  • 무적 블록의 싫어요가 10개나 된다.
  • 점프 블록은 좋아요/싫어요가 고루 분포하는 양면적인 블록이다.
  • 사람들은 주로 치트급 블록을 만들었다.
  • 사람들은 주로 치트급 블록을 마주했지만,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사악한 블록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 사람들은 칼날 블록에 20%만큼 좋아요/싫어요로 반응했다. (1위)
  • 사람들은 무적 블록에 11%만큼 좋아요/싫어요로 반응했다. (10위)
  • 리스폰 지점에 대부분의 블록들이 만들어졌다.
  • 컨트롤이 어려운 지점에 좋은 블록들이 주로 만들어졌다.
  • 도착 지점에 사악한 블록들이 주로 만들어졌다.

 


 

주관적 분석

 

평가 액션은 적다

Out of Index 2025는 비버락스와 함께한 특별관에서 열렸다.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여하려는 유저와 그저 재밌는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로 반반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특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액션을 하는 유저가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2일차 오전까지 나는 UX로 인해 양질의 좋아요/싫어요 데이터를 모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도 사람들은 평가 액션에 소극적이었다. 3일차에 강제로 좋아요/싫어요를 유도했을 때에도 스킵 기능을 찾는 유저들이 많았다.
 

  • 유저 당 만든 평균 블록 6.5개
  • 유저 당 도움 요청 평균 14.6번
  • 유저 중 유의미한 코멘트를 작성한 비율 35%
  • 유저 당 평균 평가 액션 1.7개
  • 유의미한 코멘트는 평가 유인이 2% 정도 더 높음

 
이 수치는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의미한 코멘트 비율까지는 기획한 대로 흘러갔는데, 정작 인당 평균 평가 액션은 1.7개였다.
사람들은 자기 표현에 비해서, 타인에 대한 직접적 평가는 소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유의미하고 재미있는 코멘트는 블록 평가의 큰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그닥 들어맞지 않았다.
해당 블록들에 대한 평가 액션은 2% 정도 밖에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협력과 배신의 구간

컨트롤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사악한 블록은 거의 없고 도움 블록만 가득하다는 것, 
그리고 시작 부근과 성공 직전에 대부분의 사악한 블록들이 몰려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쩐지 실제 사회에서 이런 양상을 자주 본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주관적인 생각으로 이 데이터를 평가하자면, 시작할 때 어려움에 절망하지 말고 마무리 직전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반응하는 사람들

인간이 부정성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사고라나 뭐라나.
이 게임에서도 그것이 증명되었다. 데이터로 봤을 때, 사람들은 사악한 블록에 5 ~ 10% 정도 더 평가 액션을 했다.
전시장에서는 "남에게 복수할 수 있어서 좋네요" "사람들이 참 사악하네요" 등의 반응을 주로 들었다.
정작 데이터로는 사악한 블록은 15%의 확률로 마주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도움 요청을 누르면 대부분 무적 블록이 나오고.
 

대포 블록의 알 수 없는 매력

전시 내내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 대포 블록이다.
첫날에는 왼쪽/오른쪽 키가 아닌 위/아래 키 조작에만 반응해서 가이드를 해야 했고, 나머지 날에는 대포 발사 후 이동 키를 눌렀을 때 더 날아가지 않고 떨어지게 해 두어서 사람들이 조작하는 데 어려워하는 것을 지켜봤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사람들은 이 블록을 사실은 좋아했던 것이다. 제작 순위 3위, 반응 수 2위, 반응 비율 중위권의 아주 핫한 블록이었지 뭔가.

심지어는 전시 내내 사람들은 대포 블록 조작에 고통받으면서도, 심지어는 대포 발사가 더 느릴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대포로 달려가 날아갔다. 어째서?!


왜 사과하면서 사악한 블록을 만드는건데

코멘트들을 하나씩 보면서 재밌었던 건, 나쁜 블록을 배치해놓고 사과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블록을 무작위 세 개중에 고르도록 되어 있기에, 나쁜 블록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블록들은 반드시 누군가를 방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면 왜 사과하는 것인가. 재밌군.


전시 중에 본 재미있는 플레이

1. 사실 이거 건축 게임이에요
첫날에는 죽을 때마다 블록 생성을 생성할 때 제한이 없었다. 어떤 플레이어는 어려운 맵을 마주쳤을 때 죽으면서 한 칸씩 계단을 만들어 클리어하는 광기를 보였다.

2. 친구끼리 사이좋게 공격해요
A와 B는 친구. A가 먼저 게임을 플레이해서 사악한 블록들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스크린샷에 있는 '깨시좋아너무좋아'가 A의 작품이었다. 끝난 뒤에 B가 곧바로 이어서 플레이하다가 A의 블록에 화려하게 사망했다.

3.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즐기는 편
죽고 나서 블록을 배치할 때, 그게 자기 맵에도 그대로 배치된다는 걸 모르던 뉴비 플레이어는 자기 블록에 화려하게 사망하고 말았다.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

4. 맵이 망가졌어
도움 버튼을 미친듯이 누르고 다니는 플레이어 유형이 있었다. 맵이 구제불능 상태가 되었고 부활하자마자 사악한 블록에 당해 죽는 무한 루프가 되어 버렸다. 리셋 버튼을 추천해드렸다.


전시장의 특수성

전시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욕설 등의 '진짜 나쁜 블록'을 만드는 경우는 없었다.
이 게임을 집에서 플레이한다면 재미도가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출시 때에는 익명일테니 비속어 필터를 달아야겠군...
오히려 좋아요/싫어요는 집에서 플레이하면 누르지 않을까 싶다. 등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평가를 못하게 되는 것일지도.
 


 

데이터 분석 후기

전시 2일차에 OOI 주최측과 앉아서 인터뷰를 진행했었을 때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이 환경이 '한국'이고, 'Out of Index 2025 관람객'의 특성이기 때문에 소셜 액션이 적지 않았을까, 라는 말이었다.
그걸 다른 전시에서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양질의 데이터를 못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좋아요/싫어요를 제외하고는 분석할 게 많아서 즐거웠던 것 같다.
플레이어 대부분도 재미있게 느꼈으니 게임성도 잡았고, 분석도 무난하게 했으니 이번 전시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기획으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도록 하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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