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그 사람, 요새는 찾아오질 않더라."

 

A가 구석의 한 자리를 보며 툴툴댔다.

 

단골 한 명이 더 이상 오지 않아 매상이 줄었다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손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내가 반응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듣고는 있냐고 떠들어댔다.

 

"더 마음에 드는 곳이 생겼나 봐."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다시 나는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그 구석 자리로 다가갈 때마다 어쩐지 마음 속이 허전했다.

 

단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B와 내가 그다지 대화할 일은 없었다.

그는 말없이 가게에 찾아와 메뉴를 주문했고 나는 내어주었을 뿐이다. 대화를 하는 것은 주로 A였다.

그 뒤 B는 이곳이 편안했는지 자주 들렀다. 그러니 가게에 늘 그가 존재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흔한 풍경이었다.

 

A의 사정으로 짧은 기간 동안 나 혼자 일하게 되었을 때도 B는 항상 같은 시간에 가게를 찾아왔다.

확실히 나처럼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대화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기계적인 대답과 어설픈 웃음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익숙해져서인지 나는 B를 꽤 안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A가 주문을 받을 때 나는 그것을 이미 완성한 뒤였고, A는 주문을 받은 보람도 없이 바로 서비스를 하러 가야 했다.

그게 점점 심해져서 B가 오자마자 완성품을 내놓은 것이 최근의 일이다.

 

선을 넘었다고 느꼈을까? B는 어쩐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 없이 자신이 늘 마시던 것을 천천히 즐기다가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에 돌아갔다.

 

그 뒤로 B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나는 A에게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왜 갑자기 멈춰? 그 구석 자리도 닦아야지."

"응."

 

A의 말을 듣고는 생각을 멈추고, 행주로 구석의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원형에 가까운 물자국이 점점 퍼져 나간다.

 

닦을수록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될까. 하지만 허전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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