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글쎄, 어떤 불안감에서 오는 걸까."

며칠 동안이나 눈을 갑자기 뜨던 그가 중얼거렸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눈 밑의 어둠은 보이지 않았다. 모순적이게도 기운이 넘쳐 보였기에 어쩐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걱정이지만 나쁘진 않아. 이것저것 하니까 재밌어졌거든."

그리고는 잠들지 못한 대가로 완성한 목도리를 보여 준다. 쓸데 없는 것에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무례한 것 같아 괜히 뻣뻣이 고개를 든다.

그는 이어서 최근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가 보기엔, 너무 할 게 많아서 그러는 것 같아."
"주말에 열심히 쉬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가 배를 부여잡고 아픈 표정을 짓는다.
어이 없네, 진짜로.

"해야 한다랑 쉬고 싶다가 충돌한다는 거지 "
"뭐... 어쨌든 주말에 쉬어야 하는 건 맞아. 아니면 주말이라는 게 왜 있는데?"
"맞긴 한데... 그렇게 쉬고 나면 진짜 바보같은 하루를 보냈다고 느껴져."
"그럼 왜 안 하는 건데?"
"으음... 평일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었던 건가?"

나는 이 녀석이 고민상담을 하면 이따위로 구는 것이 싫다.

"하던가 말던가 둘 중에 하나만 해! 그리고 잠은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해. 효율이 떨어지잖아."
"그게 마음대로 되면 불면증이 왜 있냐?"
"아이고, 그러면 왜 안 자게 되는 건데?"
"할 게 많으니까 떠올려보면서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다가. 그러다보면 지금 당장 하고 싶어져."

그러면 그는 어느새 핸드폰 생산성 앱을 켜고 이것저것 하게 된다고 했다. 계획을 세우거나,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진짜로 공부하거나.

"다음 날에 진짜 후회하겠네."
"응. 진짜 졸려. 바보 같아."
"뒤쳐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이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 결과가 불면증이고 자기기만이 된다니, 중증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답하면서 방식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항상 뼈를 맞네."
"뼈만 맞고 고치진 않네."
"뼈는 재생 되던가?"
"어... 자연재생 된다고 써 있네."

나는 재빨리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대답한다. 녀석이 웃는다.

"이것도 원래 거창하게 쓰려다가 정말 상담하고 싶어서 고쳐 쓰는 거지?"
"딱히 그렇지도 않아. 그냥 잠이 안 오니까 대충 휘갈기는 거지."
"답답하네. 그냥 누워서 눈을 감으면..."

해결되지 않지, 정말 잘 알고 있다.

"나는 미래에 내가 원하던 걸 쟁취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쟁취해 왔잖아."
"아냐, 아직이고 이건 아니야."
"어쩐지 그 쟁취라는 것과 행복은 거리가 있어 보이네."

그럴지도, 그가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진다. 그 가치관이 영원하다면, 어쩐지 그는 결국 행복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 결과, 해결법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왜 해결하지 못하는 거야?"
"감정이 껴 있어서 그래."
"바보 같아."

그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영원히 바보일 것이다. 보아하니 그와 나는 미래에 안드로이드 시술이라도 받아야 행복할 것이다. 안드로이드에 감정을 절제하는 기능이 들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생각은 없어?"
"그래야겠지..."
"내일 일정은 없어?"
"아침 일찍부터 있지."

뒷목을 쳐서 기절이라도 시켜야 하나. 아니면 최면술사라도 불러서 잠을 자게 만들어야 하나.

"결심했어. 어떻게든 잘게."
"...그래, 자고 나면 그 방법 좀 공유해 주라."
"어어.. 자신은 없지만."

그가 껄껄 웃더니 누워서 눈을 감는다. 제발 다시 안 떴으면 좋겠고, 그 말좀 안 꺼냈으면 좋겠다.

"근데..."
"아 진짜..."

나는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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