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책장 위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사람의 손을 거친 지 오래 되었으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부자연스럽고 당연하지 않은 것은 새로이 이 공간에 들어온 그였다.

 

먼지 쌓인 책장을 헤집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정리된 배열을 흐뜨려놓는다.

그러한 행위에 반응하는, 손과 팔의 검은 그림자가 바쁘게 한 동작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움직인다.

 

고요했던 공간에 소리가 쌓여 간다. 종이가 서로 맞닿으며 스치는 소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멍청이는 결국 원하던 것을 찾지 못한다.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

그가 갈망하던 지식은 이 도서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은 이곳 뿐이었다.

 

할 수 없지, 초라한 이곳에서라도 존재 증명을 실행해야만 했다.

그것을 이해한 그가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결심이군.

 

그렇게 글의 주인공은 원하던 것을 얻는다. 훌륭하게 기록됨.

 

내 이름은 히크이며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의 세계에서 왔다.

일레크와 이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것은 나뿐이다.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모두가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히크는 도서관에 대충 널부러져 있는 책을 아무거나 주운 뒤, 마지막 장에 그 글자들을 휘갈겼다.

책장에는 이제 새로운 지식이 하나 추가됐다. doublsb.tistory.com/140.

 

물론, 아무도 주의깊게 읽지 않을 것이고, 재발견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곳에서 존재를 증명했다.

 

"내가 다른 곳에서 증명될 수 있는 날은 올까?"

 

히크가 책장에 힘없이 기댄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의욕이 남아있지 않다. 여기가 그의 마지막으로 도달할 수 있는 장소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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