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아주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파공음.
하늘과 하늘의 경계마저도 나누는 일직선의 궤적.
그 시리고 빠르게 스쳐나간 작은 울림을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구나.

모두가 그 기척을 느꼈는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손에 들었다.

이후 작은 단서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시선들이 허공을 떠돌았다. 수많은 초점들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해."

손을 들고 말을 꺼낸 것은 가장 예민하다 평가받는 그였다.

"우리 차례가 아니야."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무기를 내렸다.
뒤이어 수많은 비수들이 하늘을 지나쳤다. 마치 수평으로 내리는 비처럼.

그것들은 모두를 티끌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이 시점을 지나쳤다.

"...그 때 우리의 차례야."

순간, 사람들의 몸이 고꾸라졌다.
정확히는 그들의 몸에서 껍질이 분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반투명의 투명한 형상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그 때의 그들은 견뎌내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의 앞에 쓰러진 그들을 들여다본다.
어떤 절차로 쓰려졌는가? 순서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준비가 됐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에 처음과 같은 파공음.
일직선의 궤적. 그리고 비수가 쏟아진다. 하나, 둘이 아니다. 셀 수 없을 만큼. 이제는 피해야 한다.

우산도 없이 비를 피할 수 있는가? 
그들은 피할수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 못하면 무한히 반복해야 하므로.
시간축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여러 시간대의 자신을 보며 가장 최적의 답을 도출한다.
진정한 인내심의 싸움.

그리고 비가 그쳤다.


모두는 이제 반투명한 자신의 시체를 선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성공한 놈도 있었던 건가. 그가 기뻐하는 얼굴로 그의 동료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마주보는 동료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직이야. 멍청아."


그리고 비가 반대로 내리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채로.
비가 그들의 몸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껍질이 거의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그것들을 피했다.

그 말은.

"다시 온다. 준비해."

또 비가 온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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