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oublsb

다시 추운 계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덤덤한 것인지, 아니면 교통 수단이 지나치게 따뜻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큰 변화는 아니었다. 모두와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스몰 토크 소재가 하나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작은 변화라고 해서 아주 반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겨울의 서늘한 공기와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미묘하게 우울한 날씨는 걸음과 함께 마음을 달래기 좋았다. 이 꼬인 심성과 취향은 죽을 때까지 유지되는 건지, 그저 이마를 친다.

그렇지만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건 여유가 생겼다는 말과도 같다. 아니면 주가 되어야 할 부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거나. 둘 다 반가운 결과는 아니다. 지금 게으르다는 뜻이니까.

버릇처럼 수많은 일들을 벌이고 수습하는 수확의 때가 왔다. 이걸 누군가는 성장이라고도 부른다. 누구겠는가.
이 과정에서 다치고 힘든 건 나뿐이기를 항상 바랬다.

여태까지는 그 기조를 그럭저럭 잘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계절부터 그렇지 못할 예정이다. 해결책으로 수많은 일들을 벌이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잘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부딪히고 깨지면서 모양을 다듬어야 하는 사람이다. 거지같군.

그렇다면 불안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계획을 세워서 그걸 고집하려 하는 건 틀린 짓이다.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점들을 눈 가리고 없는 척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불완전한 계획을 존중하려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생각을 깨부숴준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불가능하다면 하나의 유기체로서 행동하는 것은 이해 불가한 짓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하나만큼은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정작 나야말로 못 가져가는 사람이다. 알게 뭐람, 다른 사람들은 꼭 가져갔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승리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그때야말로 내가 무너지지 않을까.

이 생각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 전공 때문에 생겨난 것인가? 아니, 그랬으면 그 직업을 좋아했겠지.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게 싫은 것인가? 남이 성장하는 것조차도 나는 뿌듯해하는 사람이었나? 정말 그렇게 이타적인 타입이라고? 이해가 안 된다. 그냥 그게 세상이 돌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믿는 것인가? 본인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는가?

음... 말이 나온 김에. 나는 승리하고 있는가? 아니, 나는 지금 완벽히 패배만 하고 있다. 미래에 올 승리감을 느끼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작은 희망을 억지로 찾아내서 역배라도 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 못 쓰겠다. 슬슬 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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